미용시술 부가세, 왜 병원비에 10%가 붙나 — 가격표 밑 'VAT 별도' 다섯 글자를 뜯어봤다
미용시술 부가세는 병원이 마음대로 얹는 게 아니라 법에 과세 대상이라고 적혀 있는 항목이었다. 문제는 그게 전부 붙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.
지난주에 상담실에서 받아온 가격 안내지를 다시 꺼내 봤다. 금액 옆에 조그맣게 'VAT 별도'라고 적혀 있었다. 그동안 몇 번을 봤으면서 한 번도 계산에 넣은 적이 없었다.
병원비에 부가세가 왜 붙지. 병원 가서 낸 돈에 세금이 따로 붙은 기억이 없는데.
그래서 찾아봤다.

면세인 줄 알았는데 절반만 면세였다
병원 진료가 부가세 면세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였다.
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 의사·치과의사·한의사가 제공하는 용역은 면세라고 적혀 있다. 그런데 그 뒤에 단서가 붙는다.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료용역 중 일부는 면세에서 빼겠다는 내용이다.
쉽게 말하면 이렇다. 아파서 받는 진료는 면세. 미용 목적으로 받는 진료는 과세.
시작은 2011년 7월이었다. 이때 과세로 넘어간 건 다섯 가지였다. 쌍꺼풀 수술, 코 성형수술, 유방 확대·축소술, 지방흡인술, 주름살 제거술. 여기까진 '수술'이라는 말이 붙는 것들이라 그러려니 싶었다.
범위가 확 넓어진 건 2014년 1월이었다. 이때 피부 쪽이 통째로 들어왔다. 법령에 열거된 걸 그대로 옮기면 색소모반, 주근깨, 흑색점, 기미, 여드름, 제모, 탈모, 모발이식, 문신과 문신 제거, 피어싱, 지방융해, 피부재생, 피부미백, 항노화, 모공축소 같은 것들이다.
목록을 보고 좀 놀랐다. 여드름이랑 제모가 들어가 있었다. 나는 저건 당연히 치료 쪽인 줄 알았는데.
그리고 '항노화'라는 단어가 눈에 걸렸다. 탄력이나 주름을 목적으로 받는 시술이 여기 걸린다는 뜻으로 읽혔다. 가격표 밑에 VAT 별도가 붙어 있던 이유가 이거였다.
Q. 그럼 같은 피부과에서 받아도 어떤 건 붙고 어떤 건 안 붙나?
A. 그렇다. 판단 기준이 시술 이름이 아니라 진료 목적이라서 그렇다.
여기가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었다. 똑같은 레이저를 쐬어도 질환 치료 목적이면 면세, 미용 목적이면 과세다. 시술명만 떼어놓고 보면 답이 안 나오고 무슨 목적으로 뭘 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.
그래서 실제로 얼마가 달라지나
세율은 10%다. 여기부턴 그냥 계산이다.
안내지에 30만 원이라고 적혀 있고 VAT 별도라면, 실제로 카드에 찍히는 건 33만 원이다. 3만 원 차이다.
이게 회차로 쌓이면 얘기가 달라진다. 5회 패키지 150만 원이면 붙는 부가세가 15만 원이라 총액은 165만 원이 된다. 한 회를 거의 공짜로 더 받을 수 있는 돈이다.
반대 경우도 있다. 33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게 부가세 포함 금액이면, 공급가액은 30만 원이고 더 낼 건 없다. 같은 숫자를 보고도 총액이 3만 원 차이 나는 거다.
그래서 숫자를 볼 때 물어봐야 할 건 딱 하나였다. 여기 적힌 게 낼 돈 전부인지, 아니면 여기에 10%가 더 붙는지.
이미 받은 영수증으로도 확인은 된다. 결제 내역에 공급가액과 부가세가 따로 찍혀 있으면 과세 진료로 처리된 거고, 부가세 칸이 비어 있거나 아예 없으면 면세로 잡힌 거다. 예전에 받아둔 영수증 몇 장을 꺼내서 봤더니 실제로 두 종류가 섞여 있었다. 같은 병원에서 받은 건데도 그랬다.
안내지에 아무 표시가 없는 경우가 제일 애매했다. VAT 별도라고도, 포함이라고도 안 적혀 있는 가격표가 생각보다 많았다. 이건 그냥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.
의료법 제45조에 병원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가 쉽게 알 수 있게 고지해야 하고, 고지·게시한 금액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다고 되어 있다. 2020년 9월부터는 비급여 진료 전에 항목과 가격을 직접 설명할 의무도 생겼다.
그러니까 물어보는 건 원래 안내받아야 할 걸 확인하는 일이지, 까다롭게 구는 게 아니었다. (이걸 알고 나니 물어보기가 훨씬 편해짐ㅎㅎ)

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을 생각도 접었다
계산하다가 문득 그럼 연말정산에서 의료비로 넣으면 일부는 돌아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. 병원에서 쓴 돈이니까.
아니었다.
미용·성형 목적의 시술과 수술, 건강증진용 의약품 구입비는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. 아예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에 올라오는 의료비 자료에서도 이 항목들은 제외된다고 되어 있었다. 병원에서 결제했다고 다 의료비로 잡히는 게 아니었던 거다.
예외는 있다. 질병 때문에 유방을 절제한 뒤 재건하려고 낸 비용처럼 치료의 연장선에 있는 건 공제가 된다. 여기서도 기준은 똑같이 목적이었다.
정리하면 미용 목적 시술은 부가세는 붙고 공제는 안 되는 쪽에 서 있다. 낼 때는 10% 더 내고 돌려받을 때는 명단에 없다. 이 두 개를 같이 놓고 보니 체감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.

전에 패키지 회당 가격을 직접 나눠봤을 때도 그랬고 이벤트 가격 밑에 깔린 별표를 뜯어봤을 때도 그랬는데, 크게 적힌 숫자는 늘 끝 금액이 아니었다. 이번에도 똑같았다.
크게 적힌 건 30만 원. 실제로 나가는 건 33만 원. 돌려받는 건 0원.
다음부터는 안내지 받으면 금액보다 그 옆의 작은 글씨부터 볼 생각이다.
※ 공개 자료를 찾아본 내용을 적은 글이며 특정 시술·병원을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. 세금 적용 여부는 진료 목적과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병원과 세무 상담을 통해 확인하세요. 시술 여부와 적합성은 전문의 상담 후 결정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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